3월 둘째 주일 대표기도문
영원부터 영원까지 계시며 알파와 오메가가 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계절의 문을 여시고 시간을 직조하시며,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역사를 이끄시는 주님의 거룩하신 통치를 찬양합니다. 겨울의 긴 침묵을 지나 3월의 바람이 다시 땅을 깨우는 이때, 주께서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시듯 우리의 심령도 말씀으로 소생케 하시니 감사합니다. 해가 뜨고 지는 질서, 씨앗이 썩어 싹이 트는 신비,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한 분의 뜻 안에 묶여 있음을 보며, “시간의 주” 되신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립니다.
거룩하신 주님, 그러나 저희의 지난 한 주를 비추어 보면, 봄볕처럼 따뜻한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차가운 불신으로 그 은혜를 식혀버린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입술로는 주를 주라 부르면서도 마음은 다른 주인을 섬겼고, 기도는 얕아지고 말씀은 멀어졌으며, 십자가의 길보다 편한 길을 선택했던 완악함을 고백합니다. 우리의 의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의로만 서는 자들임을 잊고, 스스로를 자랑하며 남을 판단했던 교만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님, 회개하는 자에게 긍휼을 베푸시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우리를 품으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우리의 죄를 씻어 주셔서, 오늘 예배가 형식의 외피가 아니라 생명의 실체가 되게 하옵소서.
주님, 이 계절의 흐름처럼 하나님의 나라도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임함을 믿습니다. 눈에 띄는 번개처럼이 아니라 새싹이 땅을 뚫듯, 밀알이 어둠 속에서 자라나듯, 하나님의 나라는 말씀과 성령의 능력으로 우리의 삶을 뚫고 들어오나이다. 그러니 주님, 우리 교회와 성도들이 하나님 나라의 시민답게 살게 하옵소서. 세상의 소음이 크다 해도 복음의 북소리를 더 크게 듣게 하시고, 유행하는 가치가 흔들어도 변치 않는 진리 위에 발을 딛게 하옵소서.
특별히 성도들의 위로와 격려를 위해 간구합니다. 마음이 지친 자에게는 하늘의 안식을, 병상에 있는 자에게는 치료의 은혜를, 경제적 곤고함 가운데 있는 가정에는 일용할 양식을 공급하여 주옵소서. 관계의 상처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이들에게는 용서의 길을 열어 주시고, 자녀 문제로 눈물 흘리는 부모들에게는 지혜와 인내를 더하여 주옵소서. 주님, 우리의 삶이 때로는 늦겨울 같은 찬바람을 맞을지라도, 주께서 붙드시면 넘어지지 않음을 알게 하시고, “주의 은혜가 족하다”는 고백이 고난의 한복판에서도 노래가 되게 하옵소서.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주님, 이 나라의 걸음이 오만과 분열로 치우치지 않게 하시고, 공의와 진실이 무너진 자리에 다시 기초를 놓아 주옵소서. 지도자들에게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과 백성을 섬기는 겸손을 주시고, 거짓이 힘을 얻지 못하게 하시며, 정의가 말뿐이 아니라 삶의 질서로 세워지게 하옵소서. 안보의 긴장과 국제 정세의 요동 속에서도 주께서 이 땅을 지켜 주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분별과 절제를 허락하사 두려움이 아니라 믿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게 하옵소서.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주님, 교회가 세상의 빛을 따라가느라 스스로 빛을 잃지 않게 하시고, 사람의 인정을 구하느라 하나님의 얼굴을 놓치지 않게 하옵소서. 진리의 기둥과 터가 되어야 할 교회가 타협과 혼합으로 흐려진 부분이 있다면, 먼저 우리로 회개하게 하시고 말씀으로 다시 정결케 하옵소서. 성례와 말씀, 기도와 찬양의 은혜의 방편이 회복되어, 성도들이 ‘교회 다님’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연합함’의 기쁨으로 살게 하옵소서. 교회가 상처를 덮는 은혜의 집이 되게 하시고, 약한 자를 품는 어머니의 품이 되게 하시며, 잃은 영혼을 찾는 목자의 심정이 식지 않게 하옵소서.
선교사님들과 선교지들을 위해 간구드립니다. 낯선 언어와 문화, 보이지 않는 영적 전쟁 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주의 종들을 하늘의 위로로 감싸 주옵소서. 외로움이 몰려올 때 주께서 동행의 증거가 되어 주시고, 필요한 재정과 동역자를 공급하시며, 질병과 위험에서 지켜 주옵소서. 선교지의 어린 교회들이 뿌리 깊은 나무처럼 말씀 위에 서게 하시고, 단기간의 열매가 아니라 지속되는 제자양육의 열매가 맺히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도 기도로, 헌신으로, 순종으로 선교에 동참하여 “땅 끝까지” 향하신 주님의 명령에 게으르지 않게 하옵소서.
담임목사님과 강단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주님, 목사님께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더하사 말씀을 연구하실 때 하늘의 지혜를 주시고, 선포하실 때 사람의 말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능력으로 임하게 하옵소서. 목양의 길이 때로는 가파른 산길 같을지라도 낙심치 않게 하시고, 영육을 강건케 하셔서 기쁨으로 양 떼를 돌보게 하옵소서. 오늘 선포되는 설교가 우리의 귀에만 머물지 않게 하시고, 마음을 찌르고 삶을 움직이며, 순종의 열매로 이어지게 하옵소서. 듣는 우리에게도 성령의 조명을 주셔서, “아멘”이 입술의 소리로 끝나지 않고 한 주간의 걸음으로 번역되게 하옵소서.
주님, 이 예배의 처음과 끝을 주께 의탁합니다. 우리의 찬양을 받으시고, 우리의 회개를 열납하시며, 우리의 간구를 들으시는 하나님께서, 오늘도 은혜의 보좌 앞에서 풍성히 베푸사, 성도들의 마음에 봄비 같은 은혜를 내려 주옵소서. 세상은 흔들려도 하나님 나라는 흔들리지 않음을 믿게 하시고, 작은 순종 하나라도 주 앞에 향기로운 제사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의 구원자요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