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위로의 하나님 아버지,
오늘 저희가 이 가정에 심방 예배로 함께 모여 주님의 이름을 부릅니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먼저 주님의 품으로 보내드린 슬픔 가운데,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허전함과 눈물 속에 있는 유가족을 주님께서 친히 찾아와 위로해 주옵소서. 주님, 이 집 안에 남겨진 빈자리의 아픔을 주님은 아십니다.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리움,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 후회와 자책이 교차하는 마음까지도 주님께서 아시니, 오늘 이 시간 주님의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옵소서.
하나님, 우리는 인생이 한 번 왔다가 가는 나그네 길임을 고백합니다. 태어남도, 떠남도, 우리의 계획과 통제 안에 있지 않으나, 그 모든 때를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이 가정의 걸음을 놓치지 않으심을 믿습니다. “여호와는 마음이 상한 자에게 가까이 하시고 충심으로 통회하는 자를 구원하신다” 하셨사오니(시 34:18), 상한 심령 곁에 더 가까이 다가와 주옵소서. 눈물 흘리는 이들의 눈물을 주님의 병에 담아 주시고(시 56:8), 깊은 한숨 속에서도 하늘의 평강으로 숨 쉬게 하옵소서.
주님, 유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붙들어 주옵소서. 장례의 과정 속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 있고, 애도할 틈도 없이 여러 일들을 감당하느라 무너질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을 줄 압니다. 이제 모든 절차가 지나간 뒤 찾아오는 고요함이 더 큰 슬픔이 되어 마음을 파고들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주님께서 이 가정을 떠나지 마시고,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 속에서 “내가 여기 있다” 말씀하여 주옵소서. 밤이 길게 느껴질 때, 주님의 위로가 새벽빛처럼 비추게 하시고, 하루하루를 견딜 힘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자비의 하나님, 떠나신 아버지의 삶을 주님께 의탁합니다. 우리에게 남은 기억 속에는 감사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해결되지 않은 마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주님, 남겨진 자들이 후회와 자책에 갇히지 않게 하시고, 주님 안에서 정리될 것은 정리되고, 놓아야 할 것은 놓게 하옵소서. 서로에게 서운함이 있었다면 용서하게 하시고, 말로 다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이 있다면 이제라도 가족 간에 더 깊이 표현하게 하옵소서. 슬픔이 이 가정을 흩어지게 하지 않게 하시고, 오히려 서로를 붙드는 사랑으로 하나 되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우리는 죽음 앞에서 인간의 연약함을 봅니다. 그러나 동시에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복음의 소망을 붙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 믿는 자에게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여셨음을 믿습니다(고전 15장). “내가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하신 주님의 약속이(요 11:25) 이 가정의 마음에 위로가 되게 하옵소서. 주님, 우리가 지금은 이별로 울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만날 소망으로 견디게 하옵소서. 이 소망이 단지 말이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게 하는 반석이 되게 하옵소서.
특별히 남겨진 가족들의 현실을 주님께 맡깁니다. 가장의 자리가 비어 생기는 책임과 부담, 경제적 염려, 앞으로의 결정과 선택들 앞에서 두려움이 클 수 있습니다. 주님, 이 가정의 필요를 채워 주시고, 지혜를 주셔서 한 걸음씩 바르게 결정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요 힘이시니 환난 중에 만날 큰 도움이시라” 하셨사오니(시 46:1), 이 가정의 피난처가 되어 주옵소서. 마음이 약해질 때 붙드시는 손이 되시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앞서 인도하시는 빛이 되어 주옵소서.
주님, 유가족들의 마음에 찾아오는 깊은 감정들을 주님 앞에 숨기지 않게 하옵소서. 울고 싶을 때 울게 하시고, 약해질 때 약함을 인정하게 하시며, 믿음이란 슬픔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슬픔 속에서도 주님께 기대는 것임을 알게 하옵소서. 그래서 “주님, 왜입니까”라고 묻는 마음까지도 주님께 올려드리게 하시고, 주님은 그 질문을 책망하지 않으시며 오히려 품으시는 아버지이심을 경험하게 하옵소서.
하나님, 이 가정이 애도의 시간을 지나며 더 깊은 믿음으로 세워지게 하옵소서. 떠나신 아버지의 삶 속에 있었던 선한 흔적과 사랑의 기억을 감사로 붙들게 하시고, 그 기억이 절망이 아니라 감사의 씨앗이 되게 하옵소서. 슬픔이 오래 머물 때에도 주님의 은혜가 더 오래 머물게 하시고, “저녁에는 울음이 깃들일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오리로다”(시 30:5) 하신 말씀처럼, 주님의 때에 회복의 아침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또한 주님, 우리 교회 공동체가 이 가정과 함께 울고 함께 걸어가게 하옵소서. 장례가 끝난 뒤에야 더 크게 찾아오는 외로움을 우리가 놓치지 않게 하시고, 기도와 방문과 실질적인 돌봄으로 이 가정이 홀로 서지 않게 하옵소서. 말로만 위로하기보다, 함께 있어주는 사랑으로 주님의 위로를 전하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마지막으로 주님, 오늘 심방 예배 가운데 성령께서 친히 임재하여 주옵소서. 이 집을 주님의 평강으로 덮어 주시고, 어지러운 마음을 정돈해 주시며, 그리스도의 위로가 이 가정의 공기처럼 흐르게 하옵소서. 우리에게 남은 날들을 주님 안에서 잘 살아내게 하시고, 슬픔의 자리에서도 하나님을 놓치지 않게 하옵소서.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에게 영원한 소망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