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2월 둘째 주일 낮 예배 대표기도문
거룩하시고 높으시며, 영원부터 영원까지 스스로 계셔서 찬양과 존귀와 능력과 영광을 홀로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하나님 아버지,
한겨울의 매서운 기운이 아직 땅 위에 남아 있으나, 그 차가운 침묵의 틈새마다 어느새 봄을 준비하는 생명의 숨결이 스며들고, 벌거벗은 가지 끝마다 아직 보이지 않는 약속이 조용히 맺혀 가는 2월 둘째 주일 아침에 저희를 주의 전에 불러 주시니 감사하옵니다. 얼어붙은 강 위로도 햇살은 어김없이 내리고, 긴 밤을 지낸 새벽에도 동녘은 다시 밝아 오듯이, 저희의 심령 위에도 주의 긍휼은 날마다 새로우며, 주의 성실하심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아니하오니, 이 시간 저희의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께 예배하게 하시고, 오직 주님만 높임 받으시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지난 한 주간도 저희의 걸음을 붙드시고, 숨 가쁜 일상과 무거운 책임과 보이지 않는 시험 가운데서도 저희를 지켜 주신 은혜를 감사하옵니다. 사람이 보기에는 무사히 지나간 평범한 날들 같아도, 실상은 주께서 막아 주신 재앙이 있었고, 주께서 감하여 주신 근심이 있었으며, 주께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돌려 세우신 길이 있었음을 믿사오니, 저희가 당연한 듯 살아온 모든 순간을 다시 은혜로 읽게 하옵소서. 모세를 갈대상자에 담아 나일강 위에 띄우실 때에도, 에스더를 왕궁의 자리에 세우실 때에도, 바울이 풍랑 속에서 표류하던 밤에도 하나님은 숨어 일하시는 분이셨사온데, 오늘 저희의 평범한 하루들 속에서도 그와 같이 섭리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찬송하게 하옵소서.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이 시간 저희가 먼저 저희의 죄악과 허물을 주님 앞에 아뢰오니, 긍휼을 베풀어 주옵소서. 바깥 계절은 조금씩 변해 가는데 저희의 내면은 여전히 차갑고 더딜 때가 많사오며, 새해의 첫 다짐은 있었으나 그 결심을 끝까지 품을 힘이 부족하였음을 고백하옵니다. 말씀을 가까이하겠다 하였으나 바쁜 일정과 분주한 생각들 속에 성경을 펼치는 시간이 자주 뒤로 밀려났고, 더 기도하겠다 하였으나 골방의 무릎보다 염려의 한숨이 앞선 날들이 많았으며, 더 사랑하겠다 다짐하였으나 이웃의 허물에는 민감하고 자신의 교만에는 둔감한 채 살아왔나이다. 주님, 저희는 요나처럼 하나님의 뜻을 알면서도 자기 계산을 내려놓지 못하였고, 마르다처럼 주를 섬긴다 하면서도 많은 일로 마음이 분주하였으며, 제자들처럼 떡을 보았으면서도 다시 바람 앞에 두려워하였나이다. 이 완악하고 둔한 마음을 용서하여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저희의 허물을 깨끗이 씻어 주옵소서.
주님, 저희 안에도 거룩한 해빙이 일어나게 하옵소서.
얼음장이 햇빛 아래 서서히 풀리듯, 닫혀 있던 마음도 주의 은혜 앞에서 녹게 하시고, 오래 굳어 있던 자존심과 서운함과 상처와 정죄의 마음이 십자가 앞에서 무너지게 하옵소서. 입술만 뜨거운 신앙이 아니라 가슴이 다시 뜨거워지는 신앙, 생각만 복잡한 믿음이 아니라 무릎으로 사는 믿음, 사람들 앞에서만 경건한 것이 아니라 은밀한 곳에서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참된 경건을 회복하게 하옵소서. 다윗에게 통회하는 심령을 주시고, 베드로에게 통곡 이후 다시 양을 먹이라 말씀하셨던 주님, 저희에게도 회개의 눈물과 회복의 은혜를 함께 내려 주옵소서. 죄를 애통해하는 마음과, 은혜를 더 깊이 사모하는 목마름과, 한 번뿐인 오늘을 거룩하게 살고자 하는 결단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은혜의 하나님,
2월 중순의 시간은 한 계절이 다음 계절을 조용히 밀어 올리는 때이오니, 저희도 믿음의 전환을 잘 맞이하게 하옵소서. 겨울에 익숙해져 봄을 잊어버리는 영혼이 되지 않게 하시고, 아직 찬바람이 분다는 이유로 소망을 거두어들이지 않게 하옵소서. 들판에는 아직 꽃이 없으나 땅은 이미 준비하고 있듯이, 저희의 삶에도 아직 눈에 보이는 열매가 적다 하여 하나님이 일하지 않으신다고 여기지 않게 하옵소서. 한나가 오랜 세월 눈물로 기도하면서도 제단을 떠나지 않았듯이, 야곱이 얍복강에서 밤을 새우며 축복을 붙들었듯이, 시므온이 오랜 세월 메시야를 기다리다 마침내 아기 예수를 품에 안았듯이, 저희도 기다림의 시간 속에서 약속의 하나님을 붙들게 하옵소서. 더딘 시간은 허비된 시간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깊이를 빚으시는 시간임을 알게 하옵소서.
주님,
이 시기는 졸업과 입학을 준비하고, 자리를 옮기고, 새로운 시작 앞에 서는 이들이 많은 때이오니, 믿음으로 준비하게 하여 주옵소서. 익숙한 자리를 떠나는 자들에게는 떠남의 두려움보다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손을 더 크게 보게 하시고, 새 문 앞에 선 자들에게는 설렘보다 앞서는 불안을 잠재워 주옵소서. 아브라함이 갈 바를 알지 못하고도 부르심을 따라 나아갔듯이, 여호수아가 요단강 앞에서 언약궤를 따라 발을 내디뎠듯이, 저희도 앞이 다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이 앞서 가심을 믿고 순종하게 하옵소서. 사람의 계산으로 가장 안전한 길만 고르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길을 택하는 믿음의 사람들 되게 하옵소서.
사랑의 하나님 아버지,
주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기도하옵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교회도 다시금 영적 체질을 돌아보게 하시고, 분주한 사역의 겉모습보다 내면의 거룩함과 기도의 깊이를 먼저 점검하게 하옵소서. 우리 교회가 사람의 호응으로 움직이는 공동체가 아니라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한 공동체가 되게 하시고, 행사와 계획은 많으나 하나님의 뜻을 묻는 기도는 적은 교회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에스라가 먼저 율법을 연구하고 준행한 후 가르쳤듯이, 교회가 말씀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말씀 아래 서게 하시고, 느헤미야가 무너진 성벽보다 먼저 백성의 마음을 다시 세우려 했듯이, 외형보다 내면을 먼저 회복하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강단마다 복음의 순전한 말씀이 힘 있게 선포되게 하시고, 그 말씀이 심령의 봄비가 되어 굳은 마음을 적시고 살아 움직이게 하옵소서.
담임목사님을 붙들어 주옵소서.
주의 종이 말씀 앞에 설 때마다 먼저 하나님 앞에 떨게 하시고, 성경을 해석할 때 책의 지혜만이 아니라 하늘의 빛을 더하여 주시며, 성도들을 섬길 때 의무감보다 목자의 심정을 더하여 주옵소서. 예레미야의 애통, 바울의 열정, 요한의 사랑, 모세의 온유함을 함께 부어 주셔서, 강단에서는 담대히 진리를 전하게 하시고, 목양의 현장에서는 지친 양들을 오래 참고 품게 하옵소서. 모든 교역자들과 장로님들과 권사님들과 집사님들과 교사들과 찬양대와 이름 없이 헌신하는 봉사자들 위에도 동일한 은혜를 내려 주셔서, 맡은 일을 사람에게 보이려 함이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로 감당하게 하옵소서. 직분이 자리의 높낮이를 나누는 표지가 아니라 더 낮아져 섬기는 기회가 되게 하옵소서.
주님, 교회를 초봄의 밭처럼 가꾸어 주옵소서.
아직 겉으로는 황량해 보여도 그 속에 말씀의 씨앗이 이미 살아 움직이듯, 우리 공동체 안에 심어진 진리와 기도와 눈물이 때가 되면 반드시 싹이 트고 자라 열매 맺게 하옵소서. 한 부모의 무릎, 한 교사의 인내, 한 청년의 결단, 한 노성도의 조용한 충성이 결코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모아 교회의 미래를 빚으시는 재료로 삼아 주옵소서. 작은 시작을 업신여기지 않는 믿음을 주시고, 겉으로 보이는 속도보다 생명의 방향을 더 귀하게 여기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각 가정들을 주의 손에 올려드립니다. 겨울 끝의 차가운 저녁에도 집 안의 불빛이 사람의 마음을 붙들어 주듯이, 모든 가정이 세상 속에서 복음의 따뜻한 불씨를 간직한 집이 되게 하옵소서. 부모는 자녀들의 성적과 성공만이 아니라 그 영혼의 형편을 먼저 살피게 하시고, 자녀들은 부모의 기대와 세상의 기준 사이에서 흔들릴 때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나침반으로 삼게 하옵소서. 부부 사이에는 말없이 쌓인 서운함을 녹여 주시고, 오래된 상처와 오해가 있다면 성령의 바람으로 풀어 주시며, 가족들이 서로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하나님의 선물로 다시 바라보게 하옵소서. 아브라함의 장막처럼 예배가 살아 있는 집, 디모데의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의 집처럼 믿음이 세대를 건너 전해지는 집이 되게 하옵소서.
특별히 졸업과 입학, 취업과 이사, 새로운 훈련과 새로운 환경을 앞둔 이들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한 문이 닫히는 것을 끝으로만 여기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다른 문을 여시는 시작으로 받아들이게 하옵소서. 낯선 환경 앞에서 자기 힘으로 버티려 하지 않게 하시고, 먼저 기도하며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게 하옵소서. 요셉이 낯선 애굽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였고, 다니엘이 바벨론에서도 뜻을 정하였듯이, 저희의 자녀들과 청년들도 어느 곳에 서든지 믿음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경쟁과 불안이 앞서는 시대 속에서, 빨리 가는 것보다 바르게 가는 것을, 높이 오르는 것보다 하나님 손에 붙들리는 것을 더 큰 복으로 알게 하옵소서.
긍휼의 하나님,
연약한 성도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겨울의 긴 피로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아 몸과 마음이 함께 지친 자들, 새해의 소망보다 현실의 무게가 더 크게 느껴지는 자들, 기도는 하고 있으나 응답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자들, 사람들 속에 있어도 외로움이 짙게 드리운 자들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로뎀나무 아래 쓰러진 엘리야에게 떡과 물을 주시며 다시 길을 걷게 하셨던 주님, 깊은 밤 갈릴리 바다 위에서 떨고 있던 제자들에게 먼저 찾아오셨던 주님께서 오늘도 이들의 삶 한가운데 찾아와 주옵소서. 병상에 있는 자에게는 치료의 은총을, 상실의 슬픔을 품은 자에게는 임마누엘의 위로를, 경제적 곤고함 속에 있는 자에게는 여호와 이레의 은혜를, 믿음이 흔들리는 자에게는 다시 붙드는 손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어떤 이는 눈물로 씨를 뿌리고 있사오니, 때가 되어 기쁨으로 단을 거두게 하옵소서.
또한 생업의 현장들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새벽 어둠을 가르며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마다 동행하여 주시고, 찬 공기 속에서도 책임을 다하려 애쓰는 가장들과 일꾼들에게 하늘의 힘을 더하여 주옵소서. 경제의 사정이 녹록지 아니하고, 마음 놓고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시대이오나, 까마귀를 먹이시고 들의 백합화를 입히시는 하나님께서 주의 백성의 필요를 아시는 줄 믿사오니, 염려에 짓눌리지 않게 하시고 오늘 필요한 은혜를 오늘 공급받게 하옵소서. 밤이 맞도록 수고했으나 잡은 것이 없던 어부들의 배에 아침의 기적을 주셨던 주님께서, 오늘도 주의 백성의 땀과 한숨을 아시오니 헛된 수고가 되지 않게 하시고, 정직과 성실을 잃지 않게 하시며, 작은 소득 속에서도 감사와 나눔의 마음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 나라와 민족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아직도 차가운 바람처럼 냉소와 분열과 탐욕이 사회 곳곳을 스치고 지나가오니, 하늘의 빛으로 이 땅을 비추어 주옵소서. 위정자들에게는 공의를 사랑하는 마음과 두려움과 절제를 주시고, 권력을 자기 영광을 위하여 사용하지 않게 하시며, 약한 자의 울음을 듣고 백성의 삶을 헤아리는 책임 있는 마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거짓이 진실을 이기지 못하게 하시고, 불의가 상식인 듯 자리 잡지 못하게 하시며, 이 나라 가운데 न्याय와 자비가 함께 흐르게 하옵소서.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먼저 회개하게 하시고, 바깥의 어둠을 비판하기 전에 안의 등불이 꺼져 가고 있지는 않은지 살피게 하옵소서. 무너진 제단을 다시 쌓고, 잊힌 무릎을 다시 꿇고, 십자가의 복음을 다시 중심에 두는 교회 되게 하옵소서.
다음 세대를 위하여 간구하옵니다.
세상의 화려한 빛이 진리의 빛을 가리지 못하게 하시고, 빠름과 효율과 성공만을 좇는 시대 한복판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양심을 지키며 정결을 사모하는 젊은 세대가 일어나게 하옵소서. 다니엘처럼 뜻을 정하고, 요셉처럼 유혹을 피하며, 마리아처럼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디모데처럼 어릴 때부터 성경을 배우는 세대가 되게 하옵소서. 교회학교와 청년부 가운데 성령의 바람을 불어 넣어 주시고, 교사들과 사역자들에게는 사랑과 지혜와 오래 참음을 더하셔서, 한 영혼을 제도나 숫자로 다루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 나라의 씨앗으로 품게 하옵소서.
주님, 오늘 드리는 이 주일 낮 예배 가운데 친히 임재하여 주옵소서.
찬송은 공중에 흩어지는 멜로디가 아니라 하늘 보좌에 상달되는 향기가 되게 하시고, 기도는 익숙한 문장의 나열이 아니라 마음의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진실한 부르짖음이 되게 하시며, 선포되는 말씀은 마른 땅을 적시는 늦은 비처럼 심령에 스며들게 하옵소서. 어떤 이는 죄를 깨닫고 무릎 꿇게 하시고, 어떤 이는 위로를 받아 다시 일어서게 하시며, 어떤 이는 잊고 있던 첫사랑을 회복하게 하시고, 어떤 이는 오래 미루던 순종의 걸음을 마침내 떼게 하옵소서. 예배가 한 주를 견디기 위한 형식적 의무가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거룩한 사건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
2월 둘째 주일을 지나며 저희가 다시금 고백하옵니다. 아직 봄은 멀리 있는 듯하여도, 하나님 안에서는 이미 시작된 줄 믿습니다. 아직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작아도, 주의 말씀은 결코 헛되이 돌아오지 않는 줄 믿습니다. 아직 찬바람이 뺨을 스쳐도, 그 바람 건너편에서 하나님은 새 계절을 준비하시는 줄 믿습니다. 그러하오니 저희가 현재의 풍경만 보고 낙심하지 않게 하시고, 약속하신 하나님을 바라보며 걸어가게 하옵소서. 2월의 남은 날들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게 하시고, 작은 충성의 날들로 엮어 하나님께 드릴 한 송이 믿음의 꽃으로 삼게 하옵소서.
저희의 삶이
겨울을 지나며 속으로 물오름을 준비하는 나무처럼, 조용하되 깊은 생명을 품게 하시고, 아직 드러난 꽃은 없으나 땅속에서 힘차게 자라는 씨앗처럼, 눈에 띄지 않아도 하나님 앞에서 자라가게 하옵소서. 빨리 피는 꽃보다 오래 견디는 뿌리를 사모하게 하시고, 사람의 박수보다 주의 인정을 더 귀하게 여기게 하시며, 잠깐의 뜨거움보다 오래 순종하는 믿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저희의 길을 밝히시는 참빛이시며, 기다림 속에서도 소망이 되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