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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하나님의 은혜로서의 십자가

하나님의 은혜로서의 십자가

은혜가 시작된 자리가 십자가입니다

우리는 대개 은혜를 일이 잘 풀리는 순간, 병이 낫는 소식,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는 경험에서 먼저 떠올립니다. 물론 그런 일들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가장 깊고 분명하게 말하는 은혜의 자리는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인간의 실패와 잔혹함이 드러난 자리이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 죄인을 향한 사랑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신 자리입니다.

로마서 5장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자기 사랑을 확증하셨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찾았기 때문에 십자가가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회개할 가능성을 먼저 증명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우리를 찾아오셨고, 원수 된 우리를 사랑하셨으며, 자기 아들을 내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은혜는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 자격 없는 죄인에게 베풀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십자가는 죄를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말할 때 죄를 작게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십자가가 필요했다는 사실 자체가 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 줍니다. 죄는 단지 실수나 성격의 약점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보다 자기 욕망을 앞세우며,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는 마음과 삶의 반역입니다.

하나님은 거룩하시기에 죄를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죄인을 멸망시키는 것으로 끝내기를 기뻐하지도 않으십니다.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완전하게 드러납니다. 죄는 실제로 심판받았고, 그 심판을 죄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담당하셨습니다. 고린도후서 5장이 말하듯 하나님께서는 죄를 알지도 못하신 이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로 삼으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의 놀라움입니다. 십자가는 하나님께서 죄를 눈감아 주신 사건이 아니라, 죄의 값을 그리스도 안에서 친히 감당하신 사건입니다.

십자가는 사랑의 감동을 넘어 구원입니다

십자가를 단지 희생과 사랑의 본보기로만 받아들이면, 우리는 결국 예수님처럼 살지 못하는 자신 앞에서 다시 절망하게 됩니다. 물론 십자가는 우리에게 사랑의 길을 가르칩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그보다 먼저 우리를 구원하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예수님은 억지로 희생당하신 분이 아닙니다. 성부의 뜻에 순종하여, 자기 백성을 사랑하시기에 기꺼이 생명을 내어 주셨습니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책을 담당하시고,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무셨으며, 우리를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 주시는 길을 여셨습니다. 우리는 선한 삶을 쌓아 십자가에 다가가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받아 새로운 삶으로 나아갑니다.

은혜를 받은 사람의 삶

십자가를 믿는 사람은 자기 의를 자랑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붙들 자격이 있어서 붙들린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먼저 우리를 붙드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십자가의 은혜를 아는 사람은 교만보다 겸손으로, 정죄보다 긍휼로, 보복보다 용서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은혜는 죄를 계속 지어도 된다는 허락이 아닙니다. 오히려 십자가를 바라볼수록 죄의 무게를 알게 되고, 그 죄에서 돌이키고 싶어집니다. 갈라디아서 2장의 고백처럼, 이제 사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삶입니다. 성화는 십자가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불안한 노동이 아니라, 사랑받은 자가 성령의 힘으로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길입니다.

오늘 다시 십자가 앞에 서기

마음이 무너질 때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내 죄가 너무 크다고 느껴질 때에도, 내 의가 괜찮아 보일 때에도 십자가 앞에 서십시오. 십자가는 우리의 절망보다 큰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우리의 자랑보다 깊은 인간의 죄를 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멀리 있는 관념이 아닙니다. 오늘도 그리스도 안에서 회개하는 자를 받아 주시고, 지친 자를 새롭게 하며, 상한 마음을 붙드시는 실제적인 은혜입니다. 십자가는 과거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믿는 자가 매일 자신을 부인하고 주님을 따라갈 힘을 얻는 생명의 근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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