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첫 주일예배 대표기도문
은행잎이 길 위에 노란 편지처럼 내려앉고, 아침 바람에 겨울의 기척이 스미는 11월의 첫 주일입니다. 계절을 정하시고 그 안에서 우리를 기르시는 하나님 아버지, 가을의 마지막 달을 예배로 시작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분주한 마음을 잠잠하게 하시고, 오직 하나님께 시선을 두게 하옵소서.
봄에 뿌린 씨앗이 여름의 볕과 비를 지나 가을의 열매가 되었습니다. 우리 손이 밭을 일구었으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뜻한 일이 이루어진 날에는 감사할 이유를 주셨고, 기대가 꺾인 날에는 다시 걸을 힘을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가진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만 여기지 않게 하시고, 열매가 더딘 이들의 기다림도 귀히 여기게 하옵소서.
주님, 나무가 잎을 내려놓는 이 계절에 우리도 내려놓아야 할 것을 돌아봅니다. 비교하며 키운 불만, 옳다는 생각에 굳어진 말, 용서를 미루며 품어 온 서운함이 있습니다. 받은 은혜는 금세 잊고 잃어버린 것만 헤아린 우리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열어 주신 용서의 길 앞에 서게 하시고, 성령께서 마음을 새롭게 하셔서 감사는 입술로 전하고 화해는 행동으로 시작하게 하옵소서.
이 시간 드리는 예배를 받아 주옵소서. 찬양의 소리보다 깊은 곳에 주님을 향한 경외가 있게 하시고, 기도의 말보다 앞서 하나님의 뜻을 듣고자 하는 마음을 주옵소서. 선포되는 말씀을 다른 사람에게만 적용하지 않고 먼저 자신의 삶에 비추게 하시며,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위로받고 돌이켜야 할 사람은 순종의 용기를 얻게 하옵소서. 예배가 끝난 뒤에도 주일에 고백한 믿음이 평일의 선택을 이끌게 하옵소서.
주님의 교회를 돌보아 주옵소서. 목회자에게 복음을 분명히 전할 지혜와 지치지 않을 힘을 주시고, 직분자와 봉사자에게는 서로의 수고를 알아보는 눈을 주옵소서. 눈에 띄는 열매가 적다고 사역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시며, 한 사람이 말씀을 이해하고 다시 기도하기 시작하는 일에도 함께 기뻐하게 하옵소서. 어린이의 질문에 귀 기울이고, 청년의 불안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며, 어르신의 오랜 믿음에서 배우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가정마다 평안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한 식탁에 앉아도 마음이 멀어진 이들에게 먼저 말을 건넬 용기를 주시고, 오래 기도해 온 문제 앞에서 지친 이들에게 오늘을 살아낼 힘을 주옵소서. 병상에 있는 성도에게 치료와 인내를, 간병하는 가족에게는 쉴 시간과 돕는 손길을 주옵소서.
찬 바람이 깊어지기 전에 이웃의 겨울을 생각하게 하옵소서. 난방비를 걱정하는 가정, 일자리를 찾는 사람, 외로운 어르신의 형편을 지나치지 않게 하시고, 필요한 것을 알아보아 함께 나누게 하옵소서. 풍성한 열매를 말하는 우리의 예배가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밥 한 끼와 안부를 묻는 방문이 되게 하옵소서. 우리를 통해 주님의 사랑이 말뿐 아니라 손끝에서 전해지게 하옵소서.
11월의 전도와 선교를 주님께 맡깁니다. 복음의 씨앗을 뿌리되 사람의 마음을 서둘러 재단하지 않게 하시고, 진리를 분명히 말하면서도 오래 곁을 지키는 사랑을 배우게 하옵소서. 먼 땅에서 수고하는 선교사와 그 가정을 보호하시고, 그들이 섬기는 이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신뢰를 쌓아 가게 하옵소서. 우리 또한 기도와 후원으로 그 사역에 동참하게 하옵소서.
이 나라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책임을 맡은 이들이 약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공의를 행하게 하시며, 수고하는 사람들이 일한 만큼의 결실을 누리게 하옵소서. 갈등이 깊은 자리에서는 진실과 절제가 함께하게 하시고, 전쟁과 재난으로 집을 잃은 이들에게 피할 곳과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가을은 저물어도 주님의 은혜는 저물지 않습니다. 11월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우리를 말씀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오늘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을 성령으로 붙드시고, 듣는 우리에게는 순종할 마음을 주옵소서. 열매를 거두는 기쁨 속에서도 다시 씨를 뿌리는 믿음을 잃지 않게 하시며, 우리의 삶으로 하나님 나라의 사랑을 드러내게 하옵소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