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2월 셋째 주일 낮 예배 대표기도문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계절의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가는 2월 셋째 주일 아침, 아직 바람은 겨울의 언어를 말하고 있으나, 햇빛은 이미 봄의 문장을 연습하고 있사오며, 들판은 말이 없으나 땅속의 씨앗들은 조용히 다음 계절의 소식을 준비하고 있나이다. 이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이미 시작되었으나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하나님의 섭리 앞에 저희가 오늘도 머리를 숙입니다. 얼어붙은 강가에도 물길은 길을 잊지 아니하고, 잎을 떨군 나무도 생명을 포기하지 아니하듯, 저희 또한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여전히 붙들려 살아가고 있음을 고백하오니, 이 아침 거룩한 주일 낮 예배 가운데 저희를 불러 주심을 감사하옵니다.
주님,
2월의 셋째 주는 어중간한 시간처럼 보입니다. 겨울은 완전히 물러가지 않았고 봄은 아직 문턱을 넘지 않았사오며, 사람의 마음 또한 그러하여 떠나보내야 할 것들은 아직 손에 남아 있고, 새롭게 맞이해야 할 것들은 아직 두려움 속에 서 있나이다. 그러나 하나님, 바로 이 애매한 시간에도 주께서는 분명히 일하시는 줄 믿습니다. 홍해가 갈라지기 직전까지는 길이 없었고, 여리고가 무너지기 전까지는 성벽이 여전히 높았으며, 베다니의 무덤 앞에서는 나사로의 죽음이 끝처럼 보였으나, 하나님은 끝이라 불리는 자리에서 늘 새로운 시작을 쓰시는 분이심을 믿사오니, 저희도 눈앞의 풍경만 보고 낙심하지 않게 하옵소서.
은혜의 하나님 아버지,
지난 한 주간도 저희의 호흡을 세어 주시고, 눈에 보이는 사고와 눈에 보이지 않는 시험 가운데서 저희를 막아 주시며, 크고 작은 염려 속에서도 여기까지 데리고 오신 은혜를 찬송하옵니다.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였다고 말할지 모르나, 사실은 평범한 하루조차 하나님의 붙드심 없이는 불가능한 기적임을 오늘 다시 고백하게 하옵소서. 새벽을 열어 주신 이도 주님이시요, 하루를 견디게 하신 이도 주님이시며, 밤의 문을 닫아 주신 이도 주님이신 줄 믿사오니, 저희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은혜임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그러나 자비로우신 하나님,
저희의 심령은 여전히 겨울을 오래 끌어안고 있음을 고백하옵니다. 기도는 쉽게 식고, 말씀은 자주 미뤄지며, 사랑은 계산 속에 머물고, 순종은 내일로 연기되는 날이 많았나이다. 새해의 첫머리에는 거룩한 결심으로 마음을 묶었건만, 어느새 습관은 결심을 이기고, 분주함은 경건을 밀어내며, 현실의 먼지가 믿음의 창문 위에 수북이 내려앉았나이다. 저희는 모세처럼 부르심 앞에서 “나는 안 됩니다” 하며 뒤로 물러섰고, 요나처럼 하나님의 뜻을 알면서도 다른 방향의 배를 타고 싶어 하였으며, 베드로처럼 주를 향해 걸으면서도 풍랑을 보는 순간 마음이 가라앉았나이다. 주님, 이러한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죄를 죄로 아프게 느끼지 못하는 무딘 마음까지도 깨워 주시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저희의 양심을 씻어 주시며, 저희 안에 다시 하나님을 향한 떨림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주님,
2월의 공기는 차갑지만, 그 차가움 속에도 봄이 숨어 있듯이, 저희의 메마른 심령 속에도 성령의 은밀한 역사가 계속되게 하옵소서.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아도, 땅속에서는 뿌리가 분주하고, 나무 속에서는 수액이 오르듯, 저희의 기도 없는 듯한 시간에도, 침묵뿐인 듯한 기다림 속에도, 주께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혼을 다듬고 계심을 믿게 하옵소서. 요셉이 감옥에서 허비된 세월을 살았던 것이 아니었고, 다윗이 광야에서 쫓기던 날들이 버려진 시간이 아니었으며, 에스더가 이름 없이 감추어져 있던 시간도 우연이 아니었던 것처럼, 저희의 지연과 침묵과 외로움의 시간 또한 주의 손 안에 있는 줄 믿사오니, 낙심하지 않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 2월 셋째 주는 여러 마음이 엇갈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졸업의 끝자락에 서 있고, 어떤 이는 입학과 개학과 새 출발의 문 앞에 서 있으며, 어떤 이는 이사와 이동과 진로의 갈림길 앞에 서 있고, 어떤 이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으나 마음만 흔들리고 있나이다. 떠나는 사람에게는 뒤돌아보는 눈물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앞을 향한 두려움을,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초조함을 주는 계절이오나, 주님, 이 모든 문 앞에서 하나님을 먼저 찾게 하옵소서. 여호수아가 요단강이 넘실대는 때에 언약궤를 앞세워 발을 내디뎠듯이, 저희도 다 보인 후에 걷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가시기 때문에 걷는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아브라함이 지도를 받지 못한 채 약속만을 품고 길을 떠났듯, 저희도 설명보다 신뢰를 먼저 배우게 하옵소서.
사랑의 하나님,
주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간구하옵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마다 들판의 숨이 달라지듯, 우리 교회의 숨결도 주님으로 말미암아 새로워지게 하옵소서. 겉으로는 익숙한 예배와 오래된 자리들이 반복되는 것 같아도, 실상은 매 주일마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은혜를 심고 계심을 믿게 하시고, 성도들의 무릎 아래, 눈물 아래, 찬송 아래, 헌신 아래 다음 계절의 열매를 준비하게 하옵소서. 교회가 프로그램으로 살아 있는 척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실제로 성령의 바람이 드나드는 집이 되게 하옵소서. 사람의 기획이 많아질수록 하나님의 임재가 옅어지는 교회가 되지 않게 하시고, 오히려 모든 계획보다 먼저 기도하게 하시며, 모든 활동보다 먼저 거룩을 점검하게 하옵소서.
담임목사님을 특별히 붙들어 주옵소서.
말씀을 연구하실 때 본문이 주님의 음성으로 들리게 하시고, 설교를 준비하실 때 글의 짜임보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더 구하게 하시며, 강단에서는 사람을 만족시키는 문장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오늘 교회에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을 담대히 선포하게 하옵소서. 예레미야의 눈물을 주시고, 이사야의 거룩한 떨림을 주시고, 바울의 복음에 대한 빚진 심정을 주시며, 요한의 사랑과 사무엘의 청종하는 귀를 더하여 주옵소서. 모든 부교역자들과 장로님들, 권사님들, 집사님들, 교사들과 찬양대와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교회를 붙드는 손길들 위에도 같은 은혜를 주셔서, 교회를 자기 일처럼 섬기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의 집을 맡은 청지기처럼 두렵고 감사한 마음으로 섬기게 하옵소서.
주님,
우리 교회가 겨울 끝의 밭처럼 되게 하옵소서. 아직은 황량해 보여도 씨앗을 품은 밭, 아직은 조용해 보여도 생명이 준비되는 밭, 아직은 열매가 보이지 않아도 농부의 손길을 신뢰하는 밭이 되게 하옵소서. 한 성도의 조용한 기도, 한 교사의 오래 참는 섬김, 한 부모의 눈물, 한 청년의 숨은 결단, 한 노성도의 신실한 출석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바로 그런 것들로 교회의 계절을 바꾸어 가심을 믿게 하옵소서. 사람은 꽃만 보지만 하나님은 뿌리를 보시는 줄 알게 하시고, 열매보다 먼저 토양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을 우리도 배우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가정들을 주께 올려드립니다. 2월의 저녁 공기가 여전히 차가운 만큼, 세상살이도 녹록지 아니하여 각 가정의 문틈마다 염려의 바람이 스며들 때가 많사오나, 주께서 친히 그 문지방 위에 평강을 세워 주옵소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마음의 계절이 갈라진 집마다 다시 따뜻한 대화가 흐르게 하시고, 부부 사이에 오래 쌓인 침묵이 있다면 그것이 더 깊은 벽이 되기 전에 십자가 아래 무너지게 하옵소서. 아브라함의 장막처럼 예배가 있는 집, 브리스길라와 아굴라의 가정처럼 주의 일을 함께 품는 집, 디모데의 가정처럼 믿음이 세대를 타고 흐르는 집이 되게 하옵소서. 세상은 집을 넓히는 법은 가르쳐도 가정을 세우는 법은 잘 가르쳐 주지 않사오니,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의 가정마다 주인이 되어 주옵소서.
특별히 이 시기,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과 새로운 학교와 직장을 준비하는 청년들, 발령과 이동을 앞둔 직장인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가정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사람은 새 노트를 펴는 일을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오니, 주님, 이 새 출발의 페이지마다 먼저 하나님의 이름을 써 넣게 하옵소서. 다니엘이 낯선 제국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았듯, 요셉이 낯선 땅에서도 하나님과 동행하였듯, 저희의 자녀들과 청년들도 어느 자리에서든지 신앙의 중심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세상이 “빨리, 더 높이, 더 많이”를 외칠 때, 저희는 “바르게, 정직하게, 하나님과 함께”를 선택하는 세대가 되게 하옵소서.
긍휼의 하나님,
연약한 이들을 기억하여 주옵소서. 병상에 오래 누워 창밖의 계절만 바라보는 성도들이 있사오니, 그들의 시간을 버려진 시간으로 두지 마시고, 주님의 임재가 더욱 가까운 시간 되게 하옵소서. 몸의 병뿐 아니라 마음의 병으로 조용히 무너지는 이들, 사람들 틈에서 웃고 있으나 혼자 있을 때 깊은 공허에 잠기는 이들, 새해를 시작했으나 여전히 슬픔을 끝내지 못한 이들, 기도는 하지만 응답이 늦어 눈물이 마르지 않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엘리야에게 떡을 구워 먹이시던 하나님의 섬세하심으로, 하갈의 울음소리를 들으시던 하나님의 자비로, 야이로의 집에 들어가 손을 잡아 일으키시던 예수님의 다정하심으로 오늘도 찾아가 주옵소서. 세상은 괜찮냐고 묻고 지나가지만, 주님은 상처의 이름까지 아시는 줄 믿사오니, 그 아픔의 깊이만큼 위로도 깊게 부어 주옵소서.
또한 생업의 현장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2월의 경제와 현실은 사람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고, 새해의 기대보다 생활의 계산이 더 날카롭게 느껴지는 때이오나, 주님, 주의 백성들이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신앙을 포기하지 않게 하옵소서. 새벽에 문을 여는 이의 손, 밤늦게까지 장부를 들여다보는 이의 한숨, 현장에서 몸을 써 일하는 이의 땀, 자녀 학비와 생활비 앞에 말없이 계산기를 두드리는 부모의 침묵을 주께서 기억하여 주옵소서. 광야에서 만나를 내리시고, 사르밧 과부의 통에 가루가 떨어지지 않게 하시며, 갈릴리 어부의 빈 그물을 채우셨던 하나님께서 오늘도 주의 백성의 필요를 아시는 줄 믿사오니,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정직을 지킬 힘을 주시며, 어려울수록 감사와 나눔의 마음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하나님 아버지,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간구하옵니다. 겨울 끝의 하늘이 맑으면서도 차갑듯, 우리 사회도 겉으로는 정돈된 듯하나 속으로는 갈등과 냉소와 불신이 깊게 얼어붙어 있사오니, 하나님의 햇빛으로 녹여 주옵소서. 권세 잡은 이들에게는 권력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 알게 하시고, 위정자들에게는 공의와 자비와 진실을 사랑하는 마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말이 많을수록 진실은 작아지고, 소리가 클수록 양심은 숨어 버리는 시대이오나, 주님, 이 땅에 진실한 말과 정직한 판단과 약한 자를 위한 정의가 다시 서게 하옵소서. 무엇보다 한국교회가 먼저 회개하게 하시고, 세상을 향해 빛이 되지 못하면서도 빛인 척했던 위선을 버리게 하옵소서. 무너진 제단을 다시 쌓게 하시고, 꺼져 가는 기도의 심지를 다시 살리게 하시며, 십자가의 복음만이 교회의 자랑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
오늘 드리는 이 주일 낮 예배가 하늘과 땅 사이에 놓인 거룩한 다리가 되게 하옵소서. 찬송은 겨울 하늘에 부딪혀 흩어지는 소리가 아니라, 얼었던 마음을 깨우는 종소리 되게 하시고, 기도는 형식의 문장이 아니라 심령의 얼음을 깨고 흘러나오는 강물 되게 하시며, 말씀은 한 줄의 정보가 아니라 죽은 뼈를 살리는 생기의 숨결이 되게 하옵소서. 어떤 이는 죄를 알고 울게 하시고, 어떤 이는 잃어버린 소망을 되찾게 하시며, 어떤 이는 오래 미루어 온 순종을 결단하게 하시고, 어떤 이는 다시 하나님을 사랑할 용기를 얻게 하옵소서. 예배가 시간을 보내는 종교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께 붙들려 다시 살아나는 사건이 되게 하옵소서.
주님,
2월 셋째 주의 이 자리에서 저희는 계절의 비밀을 다시 배웁니다. 꽃은 갑자기 피는 것이 아니라 오래 준비된 끝에 피고, 강은 갑자기 흐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얼음 아래서도 길을 잊지 아니하며, 새벽은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긴 밤이 끝까지 제 몫을 다한 뒤에야 오나이다. 이처럼 저희의 인생도 단번에 변하기보다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 안에서 조금씩 빚어지는 줄 믿사오니, 저희가 조급함을 버리게 하시고, 성급한 열매보다 신실한 성장을 사모하게 하옵소서. 아직은 잎이 없으나 봄을 의심하지 않는 나무처럼, 아직은 응답이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의심하지 않게 하옵소서.
저희의 삶을
겨울 끝의 햇살처럼 조용하나 분명한 위로가 되게 하시고, 얼음 밑을 흐르는 물처럼 보이지 않아도 살아 있는 믿음이 되게 하시며, 흙속에 숨어 있으나 결국은 싹을 내미는 씨앗처럼, 겸손하나 강한 소망을 품고 살게 하옵소서. 화려한 신앙보다 견디는 신앙을, 많은 말보다 깊은 순종을, 사람의 박수보다 하나님의 미소를 더 사모하게 하옵소서.
저희를 끝까지 사랑하시고, 계절이 바뀌는 순간마다 먼저 앞서 가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리옵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