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넷째 주일 예배 대표기도문

11월 넷째 주일 예배 대표기도문

거룩하신 하나님 아버지, 11월의 끝자락을 따라 겨울이 문턱 너머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이 아침, 우리는 한 해의 계절이 바뀌어 가는 풍경 속에서 주님의 변함없는 은혜를 기억하며 예배의 자리에 섰습니다. 낙엽이 마지막 잎새를 붙잡은 채 바람에 몸을 맡기고, 들녘은 긴 숨을 고르듯 고요해져 가지만, 이 계절의 적막함 속에서도 주님은 묵묵히 우리를 품어 주시고 말씀으로 이끄셨음을 고백합니다. 사람의 시간은 늦가을처럼 흘러가도, 하나님의 시간은 언제나 충만하고 완전하니, 계절을 넘어 이어지는 주님의 신실하심을 찬양합니다. 미지근했던 우리의 마음을 깨우시고, 다시금 주님을 바라보게 하시는 이 은혜의 시간을 감사드립니다.

아버지 하나님, 지난 날들을 돌아보면 우리의 삶 속에는 주님 앞에 내려놓아야 할 무게가 많음을 고백합니다. 말로는 믿음을 고백하면서도, 실제 삶의 자리에서는 여전히 내 감정과 이익이 앞설 때가 있었고, 사랑해야 할 자리에서 침묵하거나 돌아섰던 연약함이 있었습니다.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로 감사의 마음을 잃어버렸고, 나를 향한 주님의 뜻보다 세상의 소리와 조급함을 더 크게 붙들었습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선한 마음 대신 얕은 판단과 불편함으로 이웃을 대할 때도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이 늦가을의 고요함 속에서 우리의 마음을 비추사, 낡아진 욕심과 완고함을 제거하시고 새롭게 하옵소서.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때에 우리의 내면도 새 순을 틔우기 위해 정결하게 하시고, 주님의 마음으로 다시 서게 하옵소서.

주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우리는 성경 속 믿음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아브라함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계절 속에서도 하나님의 약속 하나만 붙들고 걸었고, 다윗은 황량한 광야에서도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잃지 않았으며, 엘리야는 절망스러운 시대 속에서도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룻은 거친 추수의 계절 속에서도 신실함을 잃지 않았고, 느헤미야는 무너진 성벽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이 믿음의 사람들의 걸음은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계절의 낙엽이 떨어져도 하나님의 뜻은 떨어지지 않으며, 세상의 바람이 거세도 주님의 손길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주님, 우리가 그들의 믿음을 본받아 늦가을의 길 위에서도 변치 않는 소망을 품게 하옵소서.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 이 계절의 깊어진 차가움 속에서도 성도들의 가정에 주님의 따뜻한 평안을 더해 주시옵소서. 삶의 무게로 지친 이들에게는 위로의 숨결을, 병상에 있는 이들에게는 치료의 은혜와 회복의 시간을,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는 하늘의 지혜와 형통함을 허락하옵소서. 관계의 상처로 마음이 굳어진 이들에게는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열어 주시고, 앞길이 보이지 않아 주저앉은 영혼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힘을 더해 주옵소서. 자녀와 청소년들에게는 올바른 가치와 지혜를, 청년들에게는 용기와 비전을, 부모 세대와 어르신들에게는 건강과 평안을 더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계절이 변해도 예배의 불이 꺼지지 않는 교회 되게 하시고, 말씀과 기도 속에서 성령의 바람이 늘 새롭게 불게 하옵소서. 모든 기관과 부서 위에 주님의 지혜를 주시고, 맡겨주신 사명들이 늦가을의 추수처럼 풍성한 열매로 이어지게 하옵소서. 서로 세워 주며,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는 사랑의 공동체로 자라게 하시며, 지역과 이웃을 향하여 복음의 빛을 비추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정치의 영역에는 공의와 지혜를, 경제에는 회복과 균형을, 외교와 국방에는 안정과 책임을 더하여 주시고,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이 나라를 하나님의 손으로 붙들어 주옵소서. 국민 모두에게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성숙한 공동체의 마음을 더해 주셔서 이 땅이 평안과 화해의 길을 걷게 하옵소서.

이제 드리는 예배를 온전히 주님께 맡겨드립니다. 말씀을 전하시는 목사님께 성령의 기름 부으심을 더하시고, 말씀을 듣는 우리의 심령마다 은혜의 촉촉한 이슬이 내려 마음을 적시게 하옵소서. 찬양과 기도와 섬김으로 예배를 준비한 모든 손길을 기억하시고, 예배의 처음부터 끝까지 성령께서 친히 주장하사 이 시간이 하늘의 문이 열리는 복된 시간이 되게 하옵소서. 늦가을의 고요함 속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우리의 믿음이 더 깊어지며 삶이 새로워지는 은혜의 자리가 되게 하옵소서.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려드리며,
우리의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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